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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민 "원조 베이글녀, 이제 한시름 놓은 것 같네요"

곽지민 "원조 베이글녀, 이제 한시름 놓은 것 같네요" 

 

'원조 베이글녀'란 수식어가 기분이 좋은 것 보다 마냥 재밌기만 배우 곽지민(27)이다. 자신이 벌써 '원조'가 됐다는 것도 놀랍울 뿐더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을 직접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한테 동안이라고 해주시는 것만큼 제 외모가 크게 변한 게 없어요. 처음 데뷔했을 때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아요. 물론 조금은 늙었겠죠?(웃음) 몸무게도 사실 변동이 없어요. 그런데 데뷔 초 때는 '통통하다', '뚱뚱하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데 요즘은 '몸매가 부럽다'고 해주세요."

 

 



"그게 재밌더라고요. 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트렌드가 변한 거잖아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트렌드가 이렇게 바뀌게 될 줄 몰랐어요. 언젠가 내 몸매가 각광받을 때가 올거라 생각은 했었지만...(웃음) 흐뭇하기 보다 이제 한시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호호호."
원조 베이글녀 곽지민이 얻고 싶은 수식어는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기자의 질문에 곽지민은 곧바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일단 배우니까 연기 잘하는 배우면 좋겠어요. 이 배우가 출연한다면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걱정하거나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주고 싶어요"

 

 

 


# "연변사투리, 하루 동안 연변 사람 직접 만나 대화했죠"

그 동안 나름대로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꾸준하게 쌓아 왔던 곽지민은 본의 아니게 작품 속에서 동안 외모로 교복을 많이 입게 됐고,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속 강렬한 이미지 때문인지 강인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요즘 곽지민은 조금씩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연기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영화 '웨딩스캔들'(감독 신동엽)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곽지민의 새로운 매력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반갑다.

곽지민은 '웨딩스캔들'에서 위장결혼을 감행한 소은과 쌍둥이 언니를 구하기 위해 호적상 형부와 사랑하는 부부 사이임을 증명하는 'S 동영상'까지 감행하는 동생 정은 역할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다. 그리고 또 하나, 곽지민은 영화 속에서 연변사투리를 구사한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은 곽지민의 연변사투리 연기가 꽤 인상적이다.

 

 


"일단 어떤 게 연변말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교회 집사님 중에 연변에서 오신 분이 있어요. 사실 엄마한테 찾으라고 했거든요. 우리 교회는 사람이 많으니까 분명 연변에서 오신 분이 있을 거라고.(웃음) 세 분이 있었는데 목소리나 성격, 톤이 잘 맞아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한테 엄선을 해달라고 했죠. 하루 동안 그 분과 만나서 어떻게 넘어오게 됐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녹음을 해서 들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많이 물어봤어요. 감독님이 원하신 것도 살짝 묻어나는 연변 사투리여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투리 연기는 배우들에게도 굉장히 어색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곽지민은 "너무 어색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서울에서 산 데다 부모님, 친척들 전부 사투리를 쓰시는 분이 하나도 없거든요. 살짝 느낌을 담는다고는 했지만 연기할 때 스스로 제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관객들은 못 느끼겠지만 저는 너무 느껴져서 부끄러워요.(웃음)"

"사실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서 시간이 여유롭지 못했어요. 그 하루 동안 연변에서 오신 분을 찾고 나름 연습을 한 거거든요. 시간이 많았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곽지민은 이번 기회를 통해 연변 사람들에 대한 또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연변말이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하셨어요. '내가 지금 말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지 않냐'고 하시면서 기존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변말의 억양을 세게 해서 웃음 소재로 삼거나 촌스러운 옷을 입히는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에요. 사실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었잖아요.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연변이나 북한말에 대해 그 분들이 상처를 받을거라는 개념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 "1인 2역, 한 명은 제 진짜 동생인 거 모르셨죠?"

'웨딩스캔들'이 코믹 로맨스인 만큼 NG와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는 말에 곽지민은 촬영 기간이 9회차였다는 말로 대신했다. 빠르게 진행된 만큼 테이크를 갔던 씬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대신 곽지민은 이번 영화 촬영 중 잊지 못할 추억 이야기를 꺼냈다.

"여동생이 쭉 촬영 현장에 같이 있었어요. 동생이 영국에서 유학하다 들어와서 놀고 있기도 했고 아무래도 쌍둥이 역할이다 보니까 대역이 필요했거든요. 저랑 조건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 찾아도 없었는데 동생이 우연히 촬영장에 놀러오면서 '그래 너가 해라'가 된거에요. 지방 촬영을 갈 때도 한 씬 때문에 4박 5일동안 촬영장에 같이 지냈어요. 보통 여배우는 방을 혼자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되게 무서워요. 그런데 잠도 동생이랑 같이 자고 저를 잘 챙겨주니까 좋았죠."

 

 


"저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내 동생이니까 편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TV보고 놀고 있다가 제가 끝날 시간에 맞춰서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냉장고에 가득 넣어 놔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심지어 하루는 목욕물에 소금까지 풀어놨더라고요."

여동생 이야기가 시작되자 곽지민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4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과 사이가 정말 좋아 보였다. 자신이 갔던 해외여행은 모두 동생과 단 둘이 다녔고, 동생이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도 거의 매일 통화를 하다시피 했다니, 자매 사이가 보통 각별한 게 아니다. 게다가 그런 동생을 2년 만에 만나게 됐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인터넷 전화가 잘 돼 있어서 망정이지... 동생이 아니라 친구 같아요."

곽지민은 동생의 남다른 몸매를 자랑하기도 했다. "자매라고 생각하고 보면 닮긴 닮았는데 스타일이 좀 달라요. 전 동그랗고 동생은 길쭉해요. 키가 173cm인데 중학교 때부터 170이 넘었어요. 다리가 정말 예뻐요. 다리만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한테 내 종아리 안 예쁘니까 동생으로 하면 안되냐고 졸랐어요. 뛰는 장면이 많아서 안된다고 하셔서 안됐지만... 누가 봐도 다른 사람이라고, 길이나 볼륨이 차이가 나서 안된다고 해서 결국 제가 찍었죠."

 

 

 



# "유행이 바뀌듯 연기도 진화하고 싶다"

곽지민은 지난 2003년 영화 '여고괴담3-여우계단'으로 데뷔한 후 2004년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로 충무로계의 주목 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여고생이었던 그녀가 어느 덧 데뷔 9년 차를 맞은 성숙한 배우가 됐다. 이 시기에 곽지민은 연기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행도 바뀌고 사람들의 말투도 바뀌는 것처럼 연기도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나는 그 만한 노력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화되고 변화되고 성장한 연기를 보여줄 만한 연기를 했나... 제가 사실 제약이 많았어요. 여태까지 교복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표현력을 보여드리고 싶어도 구속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죠. 이제 막 벗기 시작했으니까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

"일단 제 나이 또래에 맞는 역할이라면 좋겠어요. 안해 본 게 너무 많아서 코미디 사극 액션 전문직 등 장르 불문 다 해보고 싶어요."

 

 



이 중에서도 곽지민은 밝은 역할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제가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했을 때 팬들 반응이 더 뜨거워요. 항상 제 캐릭터가 극단적이었거든요. 무섭거나 독하거나 아니면 엄청 밝았죠. 그러다가 귀여운 캐릭터를 하면 팬들한테 메일도 많이 오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요. 무거운 캐릭터를 하면 평론가 분들이 좋아하시고 밝은 역할은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좀 더 편안한 이미지로 밝은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곽지민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안 보이면 보고 싶고 오랜 만에 나오면 반가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 보이면 '뭐하지?' 궁금해지는 배우들 처럼요."